정치권이 개헌을 말할 때마다 늘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처음에는 모두가 `1987년 체제의 한계`를 말하고, 조금 지나면 곧바로 `누구 임기가 늘어나느냐`는 의심으로 번진다. 이번에도 정확히 그 길로 갔다. `2026년 7월 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2027년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한 것까지는 충분히 토론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를 두고 `국민 여론과 선택의 문제`라는 취지의 말을 꺼내는 순간, 개헌은 미래 설계가 아니라 현재 권력의 그림자로 읽히기 시작했다. 그 뒤 의장실 해명, 청와대 선 긋기, 야권 공세가 연달아 쏟아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나는 지금 정치권이 잃는 것이 개헌 동력보다 더 크다고 본다. 바로 `헌법 논의의 신뢰`다.

`7월 2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의장실은 곧바로 `현직 대통령 연임 가능성을 뜻한 것이 아니다`라고 수습했다. `7월 29일`에는 강훈식 비서실장이 이 대통령이 `연임 개헌은 헌법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다시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이미 프레임은 굳었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이 발언이 개헌 논의에 불필요한 블랙홀을 열었다고 비판했고, 보수 진영은 기다렸다는 듯 `권력 연장 시도` 프레임을 밀어붙였다. 여기에 `7월 30일` 공개된 NBS 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53%`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보도까지 겹치면서, 개헌 논의는 더더욱 민감한 권력 의심의 언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을 밀어붙이면 사람들은 제도 개혁보다 정치 계산부터 본다.
1. 개헌은 필요하지만 현직 권력의 냄새가 나는 순간 거의 끝난다
개헌 자체를 금기처럼 다룰 이유는 없다. 조정식 의장이 `7월 28일` 제시한 방향만 봐도 권력구조 개편, 계엄 통제, 국민 참여 플랫폼, 국회 개헌특위 같은 의제는 충분히 공론장에 올릴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정치가 `87년 체제` 이후 쌓아온 피로는 분명하다. 대통령 권한은 여전히 과도하고, 국회는 극단적으로 대치하며, 선거제도와 권력 견제 구조도 시대 변화에 비해 지나치게 낡았다. 개헌 논의 자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개헌을 여는 언어가 너무 부정확했던 것이다.
헌법은 조문 싸움 이전에 신뢰 싸움이다. 국민이 `저 사람들은 다음 체제를 설계하려는구나`라고 믿어야만 겨우 출발할 수 있다. 그런데 국회의장처럼 무게가 큰 인물이 현직 대통령 연임 가능성에 조금이라도 해석 여지를 남기면, 그 순간 질문은 바뀐다. `개헌이 왜 필요한가`가 아니라 `이번 개헌이 누구에게 유리한가`가 먼저 튀어나온다. 나는 이 전환이 치명적이라고 본다. 개헌이 미래의 제도 논쟁이 아니라 현직 권력의 이해관계처럼 보이는 순간, 그 논의는 사실상 반쯤 실패한 것이다.
2. 국회의장 한마디가 개헌 전체를 오염시키는 이유

의장실은 원론적 입장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치는 법학 강의실이 아니다. 특히 국회의장이 개헌을 말하는 자리에서는 한 문장의 법리적 정합성보다 정치적 함의가 훨씬 먼저 소비된다. `현직 대통령 연임`과 `국민 선택`이라는 표현이 한 문장 안에 들어간 순간, 그 발언은 이미 원론이 아니라 신호가 된다. 이 신호가 의도와 달랐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정치는 의도보다 해석의 비용이 더 크게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말 한마디가 야권의 과장된 공세까지도 오히려 먹히게 만든다는 점이다. 원래 개헌은 합의가 어렵다. 여야 불신이 깊고, 지지층은 상대의 숨은 의도를 먼저 의심하며, 국민도 `정치권이 또 자기 유리한 판을 짜는 것 아니냐`고 본다. 이런 사안일수록 첫 문장은 누구보다 냉정하고 단단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장 예민한 지점을 스스로 건드렸다. 그래서 개헌 로드맵보다 연임 논란이 헤드라인을 가져간 것이다. 개헌을 띄우겠다며 시작한 말이 개헌을 의심하게 만드는 재료가 됐다면, 그 자체로 정치적 실패다.
3.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 속도가 아니라 개헌 배제 원칙이다
정말 개헌을 하고 싶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센 구호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이번 논의에서 빼겠다`는 배제 원칙이다. 현직 대통령 임기와 직접 연결되는 해석은 배제한다, 특정 진영의 권력 연장으로 읽힐 수 있는 안은 논의하지 않는다, 권력구조 개편보다 앞서 국민 기본권과 통제 장치부터 합의한다 같은 정치적 안전장치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겨우 사람들이 `이번에는 정말 제도 얘기를 하려는 건가` 하고 다시 본다.
지금 한국 정치가 자꾸 실패하는 이유는 늘 반대다. 말은 미래를 향해 시작하지만, 메시지는 늘 현재 권력을 향해 새어 나간다. 그러면 야당은 음모론을 키우고, 여당은 진화에 매달리며, 국민은 피로만 쌓인다. `2026년 7월 31일` 현재 연임 개헌 논란이 보여주는 것도 정확히 그것이다. 개헌은 아직 시작도 못 했는데 벌써 신뢰를 잃고 있다. 나는 이것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정치 감각의 실패라고 본다. 개헌은 필요하다. 하지만 현직 권력과 거리를 두는 언어를 먼저 확보하지 못하면, 이번에도 개헌은 미래 헌법이 아니라 현재 권력의 계산서처럼 읽히다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핵심 정리
`2026년 7월 28일` 조정식 국회의장은 개헌 적기론과 국민 참여형 개헌 구상을 내놨지만,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를 둘러싼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같은 날 의장실은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뜻이 아니라고 해명했고, `7월 29일`에는 청와대가 다시 선을 그었다. 그런데도 이미 프레임은 바뀌었다. 개헌의 내용보다 권력 연장 의심이 더 크게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7월 30일` NBS 지표까지 겹치면서 정국은 더 예민해졌다. 내 판단은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 속도가 아니라 개헌 신뢰다. 현직 권력의 그림자를 먼저 걷어내지 못하면, 개헌은 또다시 시작도 못 한 채 소모전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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