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ARF가 다시 비핵화를 적었는데 정부가 국내에선 다른 언어를 쓰면 누가 안심하나

N==1 2026. 7. 27. 02:06

`2026년 7월 26일` 공개된 ARF 의장성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다시 적어 넣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RF는 2년 연속으로 이 문구를 유지했고,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 `grave concern`을 표시하며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충실한 이행도 함께 촉구했다. 바로 사흘 전인 `7월 23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닐라 ARF 회의에서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길 바란다고 말했고, 한국 정부의 평화와 공존 의지를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 정치가 이 장면을 국내에 번역하는 방식이다. 바깥에서는 비핵화와 억지, 유엔 결의를 또렷하게 말하면서 안쪽으로 들어오면 어느 순간 `선평화`, `단계론`, `현실론` 같은 넓고 모호한 단어들만 남는다.

나는 이 간극이 단순한 표현 차이라고 보지 않는다. 외교 현장과 국내 정치가 서로 다른 언어를 쓰기 시작하면 국민은 전략이 아니라 혼선을 먼저 느낀다. 더구나 이미 `2026년 6월 26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선비핵화`에 매달리기보다 `동결-축소-폐기`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공개 발언했다. 그 문제의식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지 않는 현실을 무시한 채 출발선만 붙잡고 있으면 협상도 열리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부는 더 정교해져야 한다. 국제회의장에서는 `완전한 비핵화`, 국내 정치에서는 `선평화`를 말하는 이중 언어를 계속 쓸 게 아니라, 두 문장이 어떻게 동시에 성립하는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1. 이번 ARF 의장성명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아직도 국제 기준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ARF는 북한과 한국이 모두 참여하는 거의 유일한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다. 그런데 북한은 올해도 불참했고, 그 빈자리에서 나온 공식 문장은 오히려 더 분명했다. `2026년 7월 26일` 공개된 의장성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평화적 방식으로 달성해야 한다고 적었고, 안보리 결의 이행을 재차 강조했다. 이건 외교 수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함께 움직이는 기본 좌표를 아직 `비핵화`에 두고 있다는 확인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국내 정치의 말 바꾸기가 더 위험해진다. 어떤 사람은 정부가 이미 비핵화보다 평화공존으로 넘어간 것처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걸 두고 곧장 안보 포기라고 비난한다. 둘 다 절반만 본다. 국제회의에서 한국이 여전히 비핵화를 공식 목표로 유지한다면, 국내에서도 그 목표를 흐리지 말아야 한다. 목표는 비핵화인데 접근은 단계적일 수 있다는 식으로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그 최소한의 정리도 없이 "현실적으로 가자"는 문장만 반복하면, 현실주의가 아니라 기준 없는 유연함으로 보이기 쉽다.

2. 국내 정치용 수사와 외교 현장의 공식 문장이 따로 놀면 신뢰가 먼저 무너진다

정치권은 안보 이슈만 나오면 늘 유혹에 빠진다. 여권은 복잡한 설계를 짧은 구호로 줄여 지지층을 안심시키고 싶어 하고, 야권은 그 틈을 잡아 상대를 굴종이나 무능 프레임으로 몰고 싶어 한다. 그런데 북핵 문제는 그렇게 소비할 사안이 아니다. `7월 23일` 조현 장관이 ARF에서 대화 복귀를 촉구한 것과 `7월 26일` 의장성명이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한 것은 서로 충돌하는 장면이 아니다. 대화를 열더라도 최종 목표는 비핵화라는 뜻이다. 충돌하는 것은 오히려 그걸 국내에 전달하는 정치의 방식이다.

나는 지금 정부와 여당이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습관이 바로 이 번역의 무책임이라고 본다. `선평화`를 말하고 싶다면 그것이 비핵화 목표를 버린 것이 아니라 협상의 입구를 조정한 것임을 숫자와 절차로 같이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수준의 핵 동결을 첫 단계로 상정하는지, 검증은 누가 어떻게 하는지, 한미 공조는 어디까지 유지하는지, 북한이 응답하지 않을 때 억지력은 무엇으로 보강하는지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그런 설명 없이 국제무대에선 원칙을 말하고 국내에선 정서적 문장만 던지면, 남는 것은 정책 유연성이 아니라 메시지 불신이다.

3. 지금 필요한 것은 평화냐 비핵화냐의 구호 대결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된 국가 전략이다

한국 정치가 정말 성숙했다면 지금 논쟁의 초점은 "선비핵화냐 선평화냐" 같은 말싸움이 아니라, 정부가 어떤 단계를 어떤 조건 아래 밟아갈 것인지에 맞춰졌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누군가는 현실론이라는 이름으로 원칙 설명을 생략하고, 누군가는 원칙론이라는 이름으로 실행 계획을 비웃는다. 그 사이에서 국민은 무엇이 바뀐 건지, 바뀐 게 있다면 어디까지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번 ARF 의장성명을 오히려 기회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제 말할 수 있다. 국제사회와 함께 유지하는 최종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이고, 그 목표로 가는 경로는 `단계적이고 실용적`일 수 있다고. 이 두 문장을 한꺼번에 말하지 못하면 전략은 성립하지 않는다. 국내 정치가 해야 할 일도 같다. 여당은 지지층용 안심 문구를 줄이고, 야당은 무조건적 공포 마케팅을 줄여야 한다. 안보는 감정 동원이 아니라 문장 정합성에서 무너지고, 바로 그 문장 정합성이 지금 한국 정치에서 가장 약한 고리다.

`2026년 7월 26일` 현재 필요한 것은 쉬운 슬로건이 아니다. ARF 회의장에서 말한 원칙과 서울 정치권에서 말하는 현실론을 하나의 설명 체계로 묶는 일이다. 그걸 해내면 지금의 대북정책은 비로소 전략이 된다. 반대로 계속 두 개의 언어를 병행하면 정부는 매번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하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될 것이고, 북한보다 먼저 국내 신뢰가 흔들릴 것이다.

핵심 정리

`2026년 7월 26일` 공개된 ARF 의장성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2년 연속 명시했고,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필요성도 재확인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공식 목표를 여전히 비핵화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국내 정치가 이 원칙을 `선평화`, `현실론`, `단계론` 같은 느슨한 표현으로만 번역하면서 전략의 정합성을 흐린다는 점이다. 최종 목표는 비핵화이고 접근은 단계적일 수 있다는 설명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지 못하면, 대북정책은 유연한 전략이 아니라 메시지 혼선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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